영국 왕립원예협회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6년 RHS 첼시 플라워 쇼의 주요 쇼가든 및 디자이너 구성을 공개했다. 첼시는 세계 정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행사 가운데 하나로, 참가 정원의 주제와 식재 전략은 이후 공공정원과 상업 조경, 도시녹화 프로젝트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자주 인용된다.
이번 발표에서 두드러지는 축은 기후 적응과 생물다양성이다. RHS는 차기 쇼에서 자연친화적 식재, 수분매개자 지원, 서식지 가치가 높은 구조적 조경, 자원 절약형 정원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유럽 전역에서 폭염, 집중호우, 토양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정원 설계가 빠르게 확산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첼시의 설계 방향은 미학 경쟁을 넘어 정책·교육 효과까지 겨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RHS는 쇼가든이 행사 종료 뒤 지역사회 공간이나 공공 목적지로 이전·재조성되는 사례를 꾸준히 확대해 왔고, 이를 통해 전시 정원이 일회성 설치물이 아니라 장기적 사회 인프라로 기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6 라인업 역시 치유, 공동체 접근성, 환경교육 등 사회적 의제를 함께 내세웠다.
정원업계에서는 첼시 발표가 식물 선택과 유지관리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고강도 관리형 화훼 연출보다, 건조와 강우 변동에 견디는 다년생 식재, 층위가 다양한 혼합식재, 야생동물 친화적 구조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RHS는 공식 콘텐츠를 통해 지속가능한 원예와 야생생물 지원을 주요 기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소식의 의미는 첼시가 단순한 행사 공지를 넘어 국제 정원 담론의 방향을 다시 확인했다는 데 있다. 화려한 전시 정원으로 알려진 쇼이지만, 최근 발표 내용은 이제 ‘보여주는 정원’만이 아니라 ‘견디는 정원’과 ‘공유되는 정원’이 중심 가치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본행사에서 이러한 설계 언어가 어떤 식재 조합과 공간 해석으로 구현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