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원예협회(RHS)가 주최하는 첼시 플라워 쇼 2025가 5월 런던에서 개막한 가운데, 올해의 주요 수상 결과가 공개됐다. 첼시는 전 세계 정원 디자이너와 식재 전문가, 식물 생산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 매년 수상작의 설계 언어와 식재 경향이 이후 공공정원과 상업 조경, 지역 축제 정원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RHS가 공개한 올해 심사 결과의 핵심 키워드는 기후 회복력, 생물다양성, 재료의 재사용성이다. 단지 보기 좋은 전시 정원을 넘어, 물 관리와 토양 건강, 서식처 제공, 저탄소 시공 같은 요소가 본격적인 평가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이는 최근 여러 도시가 폭우와 가뭄, 열섬 문제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올해 쇼가든 부문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은 초화 중심의 단기 연출보다 다층 식재와 장기 생태 기능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에 무게를 뒀다. 관상 가치와 함께 수분매개곤충 유인, 그늘 형성, 빗물 완충 같은 기능이 정원의 설계 설명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고, 이는 정원을 장식물이 아니라 도시 환경 인프라로 보는 최근 흐름을 반영한다.
첼시의 영향력은 행사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상 정원과 주요 전시의 메시지는 이후 학교정원, 병원 치유정원, 지방정부 녹지 프로젝트, 민간 개발 조경의 참고 사례로 재인용된다. 올해처럼 재생 소재와 기후 적응 식재가 전면에 부상한 해에는, 발주처와 디자이너 모두 식재 유지관리 방식과 자재 조달의 지속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하게 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RHS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첼시 플라워 쇼는 여전히 원예 산업의 트렌드 플랫폼이면서도, 정원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 장으로 성격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 수상 결과가 보여준 방향은 명확하다. 화려한 일회성 연출보다, 기후 위기에 견디고 생태적 기능을 축적하는 정원이 국제 정원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