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원예협회(RHS)가 주최하는 첼시 플라워 쇼 2025가 런던 로열 호스피털 첼시에서 열리며, 올해 정원계의 관심은 화려한 조형미보다 기후 적응력에 쏠리고 있다. 주최 측과 주요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고온·가뭄·집중호우에 대응하는 식재 전략, 토양 건강 회복, 수자원 절약형 정원 구성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특히 올해 쇼가든과 산크추어리 가든 계열에서는 전통적인 잔디 중심 정원보다 다년생 식재, 자생종 활용, 그늘과 수분을 조절하는 구조적 식재가 두드러졌다. 이는 관리 부담을 줄이면서도 계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원이 도시와 주거지 모두에서 실용적 대안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RHS는 최근 가드닝 지침과 캠페인에서 물 절약, 이탄 사용 저감, 야생생물 서식처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첼시 플라워 쇼는 이런 정책적 메시지를 실제 공간 디자인으로 번역하는 장으로 기능하며, 정원이 더 이상 취미 영역에 머물지 않고 환경 교육과 기후 커뮤니케이션의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영국 언론도 올해 첼시의 변화에 주목했다. BBC와 가디언은 전시 정원이 장식적 경쟁을 넘어 기후 불안정성, 도시 열섬, 수분 스트레스 같은 현실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관람객에게는 미적 영감을 제공하면서도, 업계에는 식재 기준과 자재 선택, 유지관리 방식의 전환을 압박하는 신호로 읽힌다.
이 흐름은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과 북미의 식물원, 공공 정원, 도시녹화 프로젝트에서도 탄소 저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응'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첼시 플라워 쇼 2025는 그 변화가 정원 디자인의 주변 담론이 아니라, 국제 원예 산업과 조경 실무의 주류 의제가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사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