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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 소식 |

RHS 첼시플라워쇼 2026 쇼가든 공개…기후회복력·도시형 정원이 국제 정원디자인 화두로

2026-03-20 108
세계 정원계의 대표 행사로 꼽히는 영국 RHS Chelsea Flower Show가 2026년 쇼가든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전시 소식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도시 생활 방식 변화가 국제 정원디자인의 핵심 의제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의 정원박람회와 공공녹화, 조경 설계 시장에도 참고할 만한 신호가 적지 않다.

RHS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2026년 첼시플라워쇼에 조성될 주요 쇼가든 계획을 공개했다. 첼시플라워쇼는 전 세계 정원디자이너, 식물 생산자, 조경 업계, 공공기관이 매년 주목하는 무대로, 한 해의 정원디자인 담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로 평가된다. 이번 공개 내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축은 기후회복력, 자연기반 설계, 도시 거주자의 일상과 연결되는 정원 경험이다.

RHS가 소개한 2026년 쇼가든 방향은 화려한 식재 연출만을 겨루는 전통적 경쟁 구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이다. 물 관리, 열환경 완화, 야생생물 서식처 조성, 유지관리 부담을 고려한 설계가 핵심 언어로 제시됐다. 이는 정원이 더 이상 감상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적응 인프라와 공공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라인업 발표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흐름은 도시 생활자 관점의 정원 설계다. 작은 면적에서도 작동하는 식재 구조, 휴식과 건강, 공동체 활동을 엮는 공간 구성, 사계절 활용성을 고려한 계획이 강조됐다. 고밀도 도시가 많은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공공정원, 아파트 조경, 민간 상업공간 녹화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주제다.

첼시플라워쇼는 전시행사이면서 동시에 식물, 자재, 조경설계, 브랜드 협업이 만나는 산업 플랫폼이기도 하다. 쇼가든 발표가 뉴스가 되는 이유는 단지 작품성이 아니라, 이후 식물 트렌드와 자재 선택, 공공 발주 담론, 정원문화 소비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가 국제 박람회를 볼 때도 행사 운영 그 자체보다 전시 이후 산업 파급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지방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 도시숲, 생활권 녹지 사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업은 행사성 연출이나 단기 조성에 무게가 쏠린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첼시가 제시하는 최근 방향은 정원의 공공적 기능과 사회적 서사를 함께 묻는다. 특히 폭염, 집중호우, 생태 네트워크, 주민 이용성 같은 과제를 하나의 설계 언어로 통합하는 방식은 국내 공공정원 정책과 조경 실무에 비교 가능한 기준점을 제공한다.

국내 정원·조경·원예 업계는 국제 정원박람회 수상작의 외형을 단순 모방하기보다, 기후회복력 식재, 유지관리 체계, 주민 참여 프로그램, 전시 후 이전·재활용 계획까지 포함한 운영 모델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원박람회를 관광 이벤트로만 접근하지 말고 공공녹화 정책, 지역 식물 생산 기반, 정원교육, 민간 조경시장과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한다. 첼시플라워쇼 2026의 메시지는 ‘보기 좋은 정원’에서 ‘도시에 필요한 정원’으로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다.